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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ㆍ추억 소환 창작글쓰기
    서울특별시 마포구

    "거미 친구를 보내며" 제가 일하는 공장 뒷편에는 늘상 제가 쉬는 자리가 한곳 있어요. 눈이나 비를 피할수 있는, 처마 밑에 녹슬고 살짝 휘어진 의자가 하나 놓여져 있죠. 그곳에서 담배를 한대 피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앉아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합니다. 그리고 그 의자 위 쇠기둥 처마, 처마라기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쇠 빔으로 연결된 계단인데, 아무튼 그 처마 밑에는 지난 봄부터 자리를 잡고 있는 한마리 거미가 있어요. 몸통은 지금은 2~3센티 정도? 다리길이까지 다 합치면 4~5센티 정도되지 않을까 해요. 사진에 보시다시피 줄무늬색깔도 화려하고 꽤 멋진 친구예요. 제가 생물, 거미류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서 잘 설명할수는 없지만 처음 제가 이 친구를 발견한 것은 지난 봄이었어요. 처음에는 두마리가 거의 가까이 그물집을 짓고 있었는데, 어느새 한마리는 없어졌더군요. 그때는 크기가 지금에 비해 절반 정도되었을까... 좀 마르고 작고 그랬죠. 줄무늬의 그 색깔도 지금보다는 좀 연했던것 같아요. 제가 그닥 인간 이외의 생물체에 대해 혐오감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서 굳이 저와 부딪치지만 않으면 거미나 곤충을 건드리지는 않는 편이예요. 어떤 경우.. (댓글에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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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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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행성 2579

    제가 그닥 인간 이외의 생물체에 대해 혐오감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서 굳이 저와 부딪치지만 않으면 거미나 곤충을 건드리지는 않는 편이예요. 어떤 경우..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경우 인간은 벌레 보다 생존의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생각도 하거든요. 흔히 하는 말로 "버러지 보다 못한 것" 이라는 말! 저는 대부분의 인간이 벌레보다 가치 있을까? 허구헌날 먹는 것과 짝짓기 하는 것, 남의 것 빼앗거나 자기 잘난체 하는 것에만 온통 신경쓰는게 인간인데, 오히려 자연생태계에서 동식물은 자기생존에 필요치 않은 것에 욕심을 내지는 않거든요. 최소한의 것에 만족하는 절제의 미덕이 인간을 제외한 생태계에는 존재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별 신경 안썼는데 그 거미를 주말 빼고 거의 매일 같이 보다 보니 은근 정이 들더군요. 가끔은 제가 못된 장난을 친적도 있어요. 괜히 담배연기를 그쪽으로 날려보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작은 나뭇가지로 마치 먹이가 걸린 것처럼 거미줄을 흔들어 보기도 하고... 거미는 지혜롭더군요. 처음에는 이게 뭐지? 하는 식으로 살짝 반응하다는 금방 이게 먹이가 걸린 건지, 아니면 어느 사악한 인간이 장난치는 건지 알고는 곧 무반응. 제가 좀 심하게 흔들면 생명을 위협을 느끼고 살짝 몸을 피했다가 어느새 보면 다시 제자리에 와 있더군요. 지난 그 더운 여름 저는 그 저만의 휴게소를 잘 이용했어요. 그늘도 지고 바람도 불고 ... 그러다 한번씩 고개를 들어 보면 그 거미 친구가 있었죠. 사진에 보시면 아시겠지만 거미친구는 청소 설거지는 잘 안하는 것 같아요. 그물에 걸려 잡아 먹은 것을 저리 흉물 스럽게 그냥 한쪽 편에 매달아 둔것을 보면 말이죠. 저는 그래도 청소는 잘 하는 편이니 그건 거미보다 제가 좀 낫겠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서 거미친구는 꽤 몸이 커졌어요. 처음 볼때와 달리 살도 퉁퉁하게 찌고 키도 커지고... 아무래도 따뜻한 날에 먹잇감이 많겠죠. 우리가 흔히 보는 날파리나 파리, 모기 등등... 그런데 지난 가을을 떠올려 보면 여름이 길고 가을이 참 짧았죠. 그리고 후딱 겨울이 다가왔어요. 저는 한편 그 거미친구가 좀 걱정이 되더군요.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땅속을 파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저 친구는 언제까지 저렇게 공중에 찬바람 밤이슬 다 맞고 저리 버티고 있을까? 겨울이 오면 어찌 되는 거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자연생태계에서 거미는 대개 한해살이로 생을 마감한다더군요. 인위적 환경에서 거미의 종류에 따라 몇년씩 사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요. 올해 겨울, 추위가 늦게 왔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 점점 추워지고 있었고 저는 거미의 색깔이 좀 무겁게 짙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제가 어렸을 때 나이든 어른 피부의 무거운 컬러감을 느낀 것처럼 말이죠. 어제는 첫눈이 첫눈같지 않게 무겁게 왔죠. 저는 출근해서 일을 하다 그 무겁게 내리는 눈을 보고 담배를 한대 찾아 저만의 휴게소에 갔어요. 담배를 피다 거미를 올려다 봤어요. 눈이 내리는데 어떤가 싶어서... 황량하게 부는 바람, 거미줄이 힘이 없더군요. 느낌이 이상했어요. 평소와 달리 거미줄의 텐션이 좀 떨어져 있는 거였어요. 평소 같았으면 끊어진 거미줄을 거미가 밤새 복구해놓고 그랬는데, 거미줄이 바람과 낙엽으로 군데 군데 끊어진 채 그대로... 거미는 ... 그 자리에 있었어요. 저는 걱정스럽더군요. 살짝 손끝으로 거미를 톡 건드려 보았어요. 지난 봄부터 보아 왔지만 실제 제 손으로 그 거미와 접촉한 것은 처음이었어요. 거미가 반응이 없더군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어요. 혹시 죽은 척 하는 것은 아닐까? 보통 그렇게 죽은척하는 동물이 있다고 하는 얘기를 들은 적 있어요.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일텐데, 제가 그 거미 친구를 몇번이나 건드려 보았지만 거미는 움직이지 않았어요. 거미는 생을 마감한 거였죠. 슬프더군요. 나약한 인간처럼 군집생활을 하지 않고 홀로 당당히 그물을 치고 비바람눈서리 다 맨몸으로 맞아가며 한곳을 지키던 한 생명이 밤새... 정말 조용하게 첫눈 오던날 새벽에 숨을 내려 놓은 거예요. 잘가. 거미친구! 전에 내가 담배연기 날려 보낸것 미안해, 그리고 나뭇가지로 그물 흔들어댄것도 미안하고... 모든게 다 미안해. 내가 인간이라는 것도 너에게 왠지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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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희맘

    마음을 준다는거.. 정이들면 헤어지는 순간 빈자리에 스미는 헛헛함이 크죠. 거미는 그렇게 자기생을 다하고 떠났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받았으니 잘 살았네요~ 그 마음을 준 행성님도 누군가의 마음을 받아 행복하게 잘 살아내면 될거구요~ 거미를 향한 그 마음 봄날의 햇살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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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는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요?거미의 수명은?혹시 동면했다가 탈피를 하고 봄이 다시 사는건 아닐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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