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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소년의 이야기 #1 -아주 오래된 연인- 익숙한 지하철 안내 방송이 흘러내린다. “이번역은 시청, 시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퇴근 시간 무렵의 시청역은 꽤나 혼잡하다.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피곤한 얼굴에서 느껴지는 삶의 단조로움. 팔짱을 낀 연인들. 다양하다. 그 다양함속에 난 이방인이다. 아직 학생이니 출근의 괴로움도 퇴근의 즐거움도 모르고 불안한 미래에 희망만을 그리고 있는 . 아직은 철없는 학생이다. 늦었다. 담배한대 필 시간도 없이 뛰기 시작한다. 시청역 9번 출구를 지나 삼성본관 건물로 뛰어간다. 약속시간 6시 30분. 지금 시간 6시 28분. 뛰는 도중에도 머릿속은 복잡하다. ‘무슨 일일까?’ ‘ 뭘 얘기 할려고 하는 거지?’ 겨우 시간에 맞춰 삼성본관 1층의 카페에 도착해서 둘러본다. 이 공간은 나에게 낯설다. 아직은 나에게 허락된 공간이 아니다. 그 낯섬사이로 조그만한 오픈 카페를 둘러보니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창가쪽 자리에 자리를 잡고 커피한잔 시켜놓고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후~ 소리에 함께 퍼져나가는 담배연기. 담배 연기속으로 보이는 창밖 퇴근길 풍경 신문기사를 마저 읽고 있다. 세상은 꽤나 시끄럽다. 중국의 천안문 사태, 미국의 모로코 침공, 백담사에 간 전직 대통령. ‘늦나보네...‘ 서너개피의 담배가 재떨이 안에 구겨져 넣었을 무렵. “일찍 왔어요?” 라고 말하며 다가오는 그녀의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신기하다. “ 아냐. 지금 왔어.. 뭐 마실래? ”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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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답형의 대답이 마음에 거슬린다. ‘ 화난게 있나? ’ "알았어..” 웨이터를 불러 커피 한잔을 더 시켰다. “ 오늘은 별일 없었고? ” “....” “ 나 할 말 있어..” 평소 같으면 저렇게 물으면 미주알 고주알 있었던 일을 얘기하던 그녀다. “ 그래?? 심각한 얘기??? ” “ 응..” “커피 나오면 하자..” 커피 나올동안 5분여의 시간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하다. 머릿속으론 ‘뭐지? 할말이? 헤어지자는 건가?’ ‘그럼 내가 먼저 물어보는게 나을려나?‘ ‘ 아니면 기다려주는게 맞나? ’ ' 어느게 잔인한지는 모르겠지만 먼저 물어보는게 났겠다‘ 싶은 마음이 든 순간,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커피에서 나오는 김사이로 그녀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 심각한거면 우리 둘 문제야? ” “응” “ 그럼 내가 먼저 물어봐도 돼?‘ “응” “ 헤어지자는 얘기야?” “응” 머릿속이 하얘진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나?’ 그 뭐 영화속 장면처럼 멋있게?? 아님 설득? 모르겠다. “ 알았어.. ” “ 이유 안 물어봐 ?? ” “ 이유?? 그래... 이유... 있겠지... 충분히 생각했을거 아냐? ”“ 그래도 듣고는 싶다. 이유가 뭐야?? ” 이유를 안물어보냐던 그녀는 끝내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떨구고 있다. “ 알았어. 일어설게. 잘 살아..” 이유를 묻지 않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그녀에 대한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한 나는 일어서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었다.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리는 12월 어느 날의 눈은 처연하게도 느껴진다.
단편 청춘드라마 한편 본 느낌인데요? 풋풋한 인연도 시간 쌓이면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지고 지금의 삶도 시간속에 잠식되어 가고.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생의 그림자속에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아지고. 그렇게 왔다 그렇게 떠나지는게 인생이려니.. 오늘을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이 있는 지금이 만족스럽네요. 징글징글하지만 잘 살아왔으니 서로 응원 나누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