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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진찰실 이 책의 저자는 ‘나스카와 소스케’, 일본인 의사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 ‘마치 데쓰로’ 역시 내과의사로 나온다. 그는 아직 미혼의 젊은 의사이다. 그의 환자는 대개 지역 내 노인들, 또는 거의 생명의 끝자락에 와 있는 이들이다. 대학 병원, 거대 종합 병원 처럼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한 의료 현장의 긴박감이 이 책에는 없다. 그는 원래 큰 대학병원에서 촉망받는 내과의사였던 것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이후 의사로서의 성공, 높은 지위가 예측되는 그런 의사! 하지만 그는 누이의 죽음과 그로인해 조카를 돌보아 하는 상황이 생겼고 이때 데쓰로는 과감히 대학병원을 나와 작은 병원의 내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일본의 의료 시스템을 잘 모르기에 내가 정확히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현재 있는 병원은 우리나라로 치면 ‘노인 전문병원’, 변두리 작은 병원 정도의 성격으로 이해된다. 급격히 노령화가 진행되는 일본에서 대도시 아닌 지역에서의 작은 병원의 주 환자들은 노인들이 다수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역시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제목 ‘스피노자의 진찰실’에서 보듯 이 주인공은 스피노자의 철학에 깊은 영감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소설의 진행과정에서 나오는 드라마틱한 에피소드, 환자들과 엮이는 훈훈한 미담, 젊은 인턴 여의사와의 풋풋한 썸 등은 그냥 소설을 구성하기 위한 부수적인 양념 정도로 이해되고, 그보다 소설에서는 “의료의 본질”에 질문들이 메인 테마로 흐른다. 그렇다고 돈이 우선이 아니고 환자의 생명이 우선이다 하는 식의 구태의연한 스토리는 아니다. 그보다 이를테면, “생명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는 환자에게 연명치료의 의미란?”, “고통을 줄이기 위해 어떤 약을 투약하는데, 그로 인해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은?”, “삶의 마지막에 수술을 권할 것인지 아니면 편안한 임종을 준비하게 할 것인지?”, “과연 의료라고 하는 것은 생물학적 생명을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인간미 있는 선택지를 제시할수 있어야 하는 것인지”... 등 지금 나의 표현은 내가 그 소설을 읽은후 한참 지난후에 느낌이어서 정확히 소설의 내용에서 다소 어긋날 수 있다. 단지 내가 그 소설에서 느낀 ...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생명의 존엄성, 행복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상업적 이윤을 쫓는 의료업계, 거대 대학병원에서 성공, 명예를 쫓는 의사들의 세계에서 주인공은 벗어나고자 한다. (댓글에 이어서...)
댓글 3
그가 대학병원을 나와 지금의 작은 병원에서 하루 하루 노인과 지역환자들을 대하며 겪고 질문하는 것은 ‘무엇이 의료의 본질일까’ 하는 것이다. 최소한 저자는 의료의 본질적 방향이 기능적, 기계적 생명유지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소설로서 이 책은 사실 좀 허술하다. 쓰다 말고 마무리 한듯한 결말, 너무 뻔히 보이는 영웅적 주인공. 실력도 좋은데 인성도 좋고, 카리스마와 관대함, 속물적 성공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철학적 고뇌에 따른 선택... 훈훈하다. 재미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너무 뻔하기에 소설로서의 완성도에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의사로서, 주인공, 아니 작가 스스로가 던지는 질문, 즉 “의료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이 책을 덮은지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내내 마음속에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분명 이 책은 애틋하게 읽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