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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신나는 [책수다] -단향-
    서울특별시 은평구

    대학시절 국문과 교수 중에 서하진 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육지와 연결되어 밀물/ 썰물에 따라 섬이되기도 하고 육지가 되기도 하는 공간적 특성을 '정체성'이라는 질문과 연결한 소설 <제부도>로 명성을 얻은 분인데요. 전 신문방송학과라 교양강의 시간에만 이분 강의를 들었는데, 담담한 어조로 늘 재미있는 소설들을 소개해주시고 문학 담론을 즐기던 분이셔서 강의가 항상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무당 박사 서정범 교수 강의가 제일 재미있긴 했는데, 이 분 얘기는 다음 기회에~^^) 서하진 교수 강의 시간에 언급됐던 소설 중에, 김영하의 <호출>이라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참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이 사람 천재 아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소설은 작가 지망생인 남자가 지하철에서 묘령의 여인을 만나고, 그녀에게 자신의 호출기(삐삐)를 건네며 시작됩니다. 전달된 호출기를 두고 '호출하는 자'와 '호출을 기다리는 자'의 상황이 서술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호출기를 건넨 남자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첫번째 플롯에서는 여자에 대한 남자의 상상이, 호출기를 건네받은 여자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두번째 플롯에서는 남자가 상상한 여자의 현실과 다시 남자에 대한 여자의 상상이, 그리고 남자가 호출을 하는 세번째 플롯에서는 모든 상황이 남자의 상상으로 귀결(歸結) 되는 '현실'과 또다른 '복선(伏線)'이 그려집니다.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호출기가 울리는 것을 확인 한 남자가 "삐삐를 통해 호출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결국 나 자신뿐"이라며 소통의 한계에 씁쓸해하지만, 비록 타인과의 소통이 아닌 환상과의 소통이라도 어느정도 상처 치유의 여지를 남겨놓지요. 그리고 달력 속 낯익은 여인을 통해 상상으로 가려져있던 그녀의 존재가 다시 현실감을 갖게 되는 지점을 배치해놓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면서 앞선 사건이 어느 순간 전복(顚覆)될 수 있는 암시(暗示)를 던집니다. 작가 김영하는 한국 문단의 젊은 바람을 일으킨 천재 작가죠^^ 도회적(都會的)이고 깔끔하며, 일상 생활에서 놓치기 쉬운 사소한 소재들을 끄집어내어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능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한 가운데 소름돋는 코드를 잘 배치해놓지요. (처..천재;;;) 대체로 간결하고 직관적인 문장을 쓰기 때문에 매우 읽기가 쉬운 편이어서 주로 젊은 층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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