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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마늘쫑 제가 아주 어릴적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는데 집에서 안드시고 꼭 밖에서 드시고 오셨죠. 그때 살던 동네 입구에 동네 슈퍼! 옛날식 가게가 있었는데, 과자, 간단한 야채, 생필품 등등. 어머니 심부름으로 콩나물이나 두부 사러 다녀오기도 하던... 가게 앞에는 탁자와 의자도 있어서 낮에는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 쉼터가 되기도 하고 저녁에는 동네 아저씨들의 소주 한두병 나누는 자리가 되기도 하였죠. 가게 아줌마의 간단하지만 감칠맛, 아마도 미원이나 다시다의 맛이었겠지만 그런 찌개 써비스와 함께! 아버지는 그곳 단골 멤버이셨어요.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듯 먼저 한두사람 죽치고 있다가 퇴근하는 사람들 보이면 오는 순서대로 앉고, 먼저 온 사람 떠나가면 뒤에 오던 아저씨 또 같이 마시고, 멤버 체인지식으로 그 술자리는 지금 생각해도 참 재밌는 자리였어요. 어머니는 저에게 시켜서 아버지를 모시고 오게 했어요. 어머니 보다 제가 가야 아버지가 빨리 오신다며. 아버지는 제가 가면 사람들한테 아들 자랑도 하면서 한두잔 더 드시다가 계속 옆에 서 있는 저를 보고는 못이기는체 하시면서 일어나셨죠. 어느날 그날 역시 아버지를 모셔오려고 갔었어요. 그날 아버지와 동네 아저씨들이 술안주로 드시던 것이 있었는데 그게 마늘쫑 짱아찌 통조림이었어요. 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마늘쫑. 몇 개 손가락으로 집어 먹었었는데 그게 참 맛있더군요. 짭짤하고 아삭, 매콤하게 씹히는 식감이 지금도 기억나요. 그런데 정작 아버지는 그런 안주를 썩 좋아하시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그저 사람들하고 어울리기에 호주머니 부담 없는 값싼 안주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왠지 저는 그때 그 맛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요즘도 통조림으로 팔아요. 물론 만들어 먹을 수도 있겠지만 왠지 통조림에 들어있는, 그래서 “딱”소리와 함께 뚜껑을 따서 소주 한병에 그 마늘쫑을 집어 먹으면 괜히 그때로 돌아간 듯한 그리움에 술맛이 참 좋아져요. 저는 그 안주를 사람들하고 같이 먹지 않아요. 혼자 낡은 일기책을 꺼내 읽듯 남에게 방해 받지 않고 혼자 즐기는 즐거움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그런것 같네요. 그 아버지가 이제 90을 훨씬 넘기셨고 병약해지셨어요. 안타깝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겠죠. 그저 나중에 후회스럽지 않게 더 많이 찾아뵙고 ... 아마 시간이 더 지나 아버지가 가 가시고 나면 마늘쫑 안주가 더 애틋해질 것 같네요.
댓글 2
사실 안주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는 이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서였어요. 한번쯤 써보고 싶은 내용이었거든요.. 마늘쫑은 없고 대신에 오징어 젓갈이 있어.. 혼자 한잔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