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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에 매우 흥미 있는 사고 실험이 나온다. 내가 3개월 후에 죽는 시한부 판정과 온 인류가 멸망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내가 죽기는 마찬가지인데 개인적인 사망과 인류 멸종 차이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전자는 흔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나에게 닥칠 수도 있다. 몇 년 전 어떤 배우가 시한부 암 판정을 받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죽기 얼마 전까지 드라마 촬영을 계속했다는 뉴스를 본 적 있다. 창조적인 일을 하는 배우, 소설가, 화가, 작곡가, 과학자들은 충분히 이렇게 원래 자신이 하던 소명을 받들며 담담히 죽음을 맞을 수 있다. 자신이 만들고 출연했던 드라마, 소설, 그림, 음악, 논문이 자기가 죽은 후에도 세대를 거쳐 계속 감상, 이야기되면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주는 직장이라도 바로 때려칠 것이다. 가족,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세상과 이별을 준비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핵심은 예술이 인생보다 길기 때문이다. 이제 두 번째 시나리오인 3개월 후에 인류가 멸망한다면 어떻게 될까?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도 이제 자신의 작품을 감상해 줄 인류가 없어지는데 계속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예술이 인생보다 길다는 것은 남아 있는 인류가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저 변방에 존재하는 지구라는 행성에 인류가 멸망하는 사건은 전 우주적인 관점에서는 아주 사소한 일이고, 우주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라고 물리학자들은 쿨하게 얘기하지만 과연 그들이 인류가 3개월 후에 멸망하는데도 방정식을 풀며 물리학 법칙을 찾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그린 본인은 회의적으로 본다. 우리가 떠난 후에도 우리가 추구하던 것을 후손들이 계속 추구하고 유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헛된 일이 되기 때문이다.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공기를 매질로 삼아 압력 차이가 귀로 전달되어 뇌가 느끼는 현상이다. 음악은 이 현상을 극대화한 환상이다. 공기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지구에서는 바람이 불고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난다. 그런데 그것을 들어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소리는 난 건가? 지구에 바람 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한 명 없어도 여전히 지구에는 바람이 불 것이다. 내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곧 인류가 멸망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즉시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료될 것이라는 정도다.
댓글 1
<내가 죽어도 세계는 계속된다>는 인식이 지금 살아 있는 동안의 책임감과 의미를 더 크게 만들어 준다는 말씀이시군요 개인만 생각하는 개인주의로 살고 있는 현대인과 제자신에게 좀 더 생각과 시야를 확장함으로서 사실은 개인이 더 풍요로워진다는 깨우침을 주는 듯~요 좋은 글~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