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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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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떼 프렌즈
    광주광역시 서구

    단체 수다가 좋을 때도 있지만, 가끔은 그 에너지가 내 안을 비워버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목소리들이 겹겹이 쌓이며 웃음과 소식들이 쏟아질수록, 어쩐지 내 마음은 얇아지고, 에너지는 빠져나가 버리는.. 그런 날엔 우리가 좋아할 만한 작은 계획 하나만으로도 숨이 편해진다. 바로 마음 맞는 친구와의 '음악 쇼핑' 같은 시간. 우리는 느릿느릿 골목을 걷다가, 오래된 음악카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간판은 빛바랜 채로 있지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턴테이블과 색색의 재킷들은 아직도 반짝거린다. 문을 밀고 들어가면, 목재 냄새와 바스락거리는 재킷 소리가 먼저 반긴다. 네가 건네는 작은 메모리 플레이리스트를 나는 천천히 읽어보고, 우리는 손끝으로 꾹꾹 눌러 앨범을 신청한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괜찮고 서로의 취향을 알아보는 건 소곤거림보다 더 깊은 교감이니까. 한 곡이 흐를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본다. 눈빛만으로도 "이거야" 하는 순간들.. 너는 기타 스트로크에 눈을 감고, 나는 드럼 소리에 어깨를 살짝 흔든다. 말이 없어도 충분히 통하는 안부 같아서, 피곤했던 하루가 음악에 녹아 들어가지. 쇼핑이란 건 결국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함께 기분 좋은 것을 발견하는 행위라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음악을 고르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작은 질문을 건넨다. "요즘 어떤 노래 좋아해?" 대신 "최근에 어떤 풍경이 너를 울렸어?"라고 묻는 편이 훨씬 진실해. 답은 노래 목록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대답들은 다시 앨범 포켓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취향의 퍼즐을 맞추고, 서로의 시간을 공유한다. 말이 많지 않아도, 그 공감의 밀도는 충분히 따뜻하다. 한 곡씩 들을 때마다 바람소리.한줄기의 햇빛,네가 웃던 모양새가 떠오른다. 대화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는 날에는, 이렇게 소박한 취향의 교환이 훨씬 더 큰 위안이 된다. 함께 고른 음악은 그냥 음악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과 시간을 담아 온 작은 항아리다. 우리가 함께 한 곡을 고르고, 같이 들으며 웃었던 그 느낌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람 많은 모임에서는 놓치기 쉬운 섬세한 순간들,눈빛, 숨, 작은 고개, 그런 것들을 음악 쇼핑은 가만히 남겨준다. 그리고 나는 알게 돼. 진짜 친구란, 말 많은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아도, 너의 고요한 순간을 덜 외롭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보고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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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유저 프로필
    해피스프링

    말을 하지않아도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깊이 교감되는 친구가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공감이 되는 내용 너무 감동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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