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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식 동상이 있는 공원에 발을 디딘다. 온몸이 구릿빛인 그가 왠지 생소하다. 동상 대신 로봇을 세워 놓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요즘 로봇은 피부 질감과 탄력까지 사람을 쏙 빼닮아 손으로 뺨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지 않는가. 미래 세계의 동상은 내가 누군지 알고 찾아오셨나요? 느닷없이 질문을 던져 방문자들을 당혹스럽게 할지도 모른다. 그가 살아있을 때 두 번 봤지만 이상하게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약은 미지근한 물에 타서 드세요. 약봉지에 쓰인 문장을 읽는 기분이다. 썩 잘 조각된 동상 같아 보이진 않는다. 여긴 내 동생이야. 사촌 형이 나를 소개했을 때 그의 얼굴에 흐리게 번지는 웃음을 나는 기억한다. 얘기 들어 알고 있지요.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가수라고 여겨지지 않는 부스스한 얼굴이었다. 가수 김현식을 은근히 선망하면서도 나는 절대로 내색하지 않았다. 사촌과 몇 마디 주고받던 그는 곧 누군가에게 호출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가 1987년이었다. 신촌블루스가 1988년 첫 앨범을 냈기에 그해를 기준으로 까마득한 기억이 쉬이 호출된다. 그러나 김현식을 다시 목격한 것이 정확히 어느 해인지 모르겠다. 1989년이던가, 1990년이던가? 검색해보니 소문난 술꾼인 그가 간경화로 사망한 해는 1990년 11월 1일이다. 낮부터 늦저녁까지 가랑비가 질기게 이어지는 날이었다. 카페 유리창 너머로 누가 흠씬 젖어서 지나가는데 얼핏 김현식이었다. 빗줄기에 모두의 시야가 흐려졌겠지만 내 눈은 용케 그를 놓치지 않았다. 소주병을 꽉 움켜쥔 손과 달리 그의 얼굴은 무언가에 넋이 팔린 듯 여전히 부스스했다. 오늘 챗지피티에 명령해서 그날의 김현식을 찾아보라고 했다. 사진 몇 장이 꾸물꾸물 나왔지만, 내가 본 김현식과 찰싹 달라붙도록 같은 사진은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려진, 그 부스스한 얼굴을 찾아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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