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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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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클럽(Culture Club)
    서울특별시 용산구

    쌀쌀해진 날씨에, 중독처럼 찾게되는 음악 입니다. 이런 날은 소리가 우산처럼 펼쳐지는 데 좋거든요. Cigarettes After Sex 의 Apocalypse. 이 곡은 단순한 선곡이 아니라, 하나의 기류에 가까워요. 노래를 틀면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라, 마음 안쪽을 조용히 할퀴고 지나 가니까요. 이미 끝난 사랑을,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붙잡고 있는 이야기. 떠난 사람의 온기와 장면들이 맴돌고, 그 기억이 달콤하면서도 아프게 번지는 곡. 보컬의 목소리는 성별의 경계가 애매한 중성적인 온도여서 처음 들으면 많은 이들이 여성 보컬로 착각하곤 해요. 그 모호함이 기억과 섞이면서, 현실보다 더 비현실같은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게다가 이 밴드는 차갑고 창백한 북유럽의 공기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거친 Texas 출신들이랍니. 사막의 열기 위에서 이리도 서늘한 감정이 피어나다니. 거칠고 건조한 땅에서 이토록 부드럽고 촉촉한 음악이 나왔다는 아이러니. 겉은 텍사스, 속은 안개? 그 어긋남이 이 밴드의 매력이에요. 아래의 링크 뮤비는 공식 뮤비는 아니고 열렬한 팬이 영화 캐롤의 영상에 노래를 얹어서 만든거예요. 움직이는 기억 조각 같아서 더 "감정의 필름"처럼 느껴져요. 낮은 채도의 화면, 스쳐가는 얼굴들, 느리게 흐르는 시간. 마치 누군가의 기억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죠. 색이 있는데도 현재가 아니라, 이미 지나간 장면처럼 보이고 분명 눈앞에 있는데도 손에 닿지 않는 거리감을 남겨요.이 곡은 소리로 기억을 만들고, 영상은 색으로 그 기억을 덧칠합니다. 결국 둘이 하는 일은 하나예요. 지금 이 순간을, 이미 그리운 것으로 바꿔버리는 것. 그리고 이 곡이 말하는 "종말"은 세상이 무너지는 사건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끝나는 순간에 가까워요. 사랑은 끝났는데 도시도, 하늘도 그대로.. 그걸 바라보는 내 안의 나는 완전히 달라진 상태. 그래서 이 음악은 폭발이 아닌 조용한 재난처럼, 기억이 현재를 잠식해버리는 감정을 들려줍니다. 이 뮤비를 보고 "좋다"라는 감정이 느껴진다면, 그건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었던 장면 같다는 착각? 그래서 듣는 게 아니라 "떠올리는" 음악이 될 듯 싶네요. 즐감 ^^ p.s 현재 니키의 핸드폰 컬러링 곡이랍니당^^ https://youtu.be/kf98W-sHZlc?si=5pFLw00Q5Ex84ao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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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9

    유저 프로필
    레백

    영화 "Carol" 생각나네요. 추억의ᆢ.

    21
    유저 프로필
    비드

    캐롤의 삽입곡 아련하네요♡

    12
    유저 프로필
    제이신

    니키님이 말한 "텍사스, 속은 안개"라는 표현이 참 좋아서 계속 속으로 되뇌었네요. 건초한 땅에서 피어난 서늘함, 거친 곳에서 더 부드러운 감정이 나오는 아이러니.., 어쩌면 우리도 그렇듯...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건조한 얼굴로 살면서 속으로는 안개 같은 기억을 조용히 키우고 있는 날들이 있으니까요. 남겨주신 글을 읽고 노래를 들었더니, '듣는다'기보다 내 안에 이미 있던 장면들이 천천히 떠오르는 느낌이 듭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지나온 어떤 밤의 공기처럼요. 좋은 글, 좋은 기류, 고맙습니다. 오늘은 이 노래 덕분에 마음이 조금 더 솔직해져도 될 것 같네요. 몇달 묵힌 위스키 딱 세잔과 함께.

    13
    유저 프로필
    산티아go

    곡 해석이 넘. 넘. 멋짐~~♡♡ 좋은 음악감상 잘했어요~ 여기 작가 1명 더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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