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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yss 며칠 푹 쉬다 왔습니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 있지 않나요 ㅎㅎ 말을 줄이고 가만히 있으니 오히려 머릿속이 싹 정리가 되더군요. 니체의 그 유명한 말 있죠.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나를 들여다본다." "Und wenn du lange in einen Abgrund blickst, blickt der Abgrund auch in dich hinein." 어릴 땐 이 말이 기괴하게 느껴졌는데, 요즘은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자기만의 바닥을 칩니다. 일이 꼬일 대로 꼬이거나, 믿었던 사람한테 상처를 받거나, 밤새 혼자 멍하니 벽만 보고 있을 때처럼요. 근데 역설적이게도 삶이 가장 나빠졌을 때 비로소 내가 어떤 인간인지 바닥까지 투명하게 보입니다. 영화 <그랑블루>에서 자크가 산소통도 없이 그 까마득한 바다 깊은 곳으로 내려갈 때 느껴지던 그 묵직한 고요함처럼요. 남들이 보기엔 위태롭고 차가운 바다 밑바닥이지만, 막상 그 깊은 곳에 가본 사람만 아는 특유의 평화가 있을겄 같아요. 아무런 소음도, 나를 괴롭히는 자극도 없이 오롯이 나만 남는 그 감각. 좋은 음악이나 영화, 글도 결국 그런 바닥을 치고 와본 사람들이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브람스의 느린 악장이 묵직하게 가슴을 짓누를 때가 있고, 영화 속 쓸쓸한 결말에 이상하게 위로를 받는 건, 우리도 살면서 한 번쯤 그 어둡고 조용한 바다 밑바닥을 찍고 와봤기 때문이겠죠. 5060이라는 나이도 비슷합니다. 이제 와서 남들보다 더 높이 올라가려고 아등바등할 필요가 있을까요?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만 세게 불고 피곤할 뿐입니다. 차라리 조금 덤덤해지고, 깊어지는 게 훨씬 편합니다. '컬클'도 딱 이런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매일 시끌벅적하게 웃고 수다 떨지 않아도, 가끔은 좋은 음악 하나 던져놓고 가만히 감상하거나 누군가의 담담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곳이라면! 문화라는 핑계로 모여서 서로의 고요함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의 거리감. 곧 주말입니다. 저는 내일 아이들을 소집해서 좀 이른 성묘를 다녀올 작정입니다. 올해 남은 세달 남짓,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저 내 마음의 속도대로 조금 무던하고 조용하게 지나가 봅시다^^ 진짜 깊은 평화는 의외로 가끔 바닥을 칠 때 찾아오기도 하니까요!!! 총총 PS 늦은 시간에 (댓글에서 계속)





댓글 3
카톡이나 전화로 괴롭힘 당하신분들께는 정모에서 영등같이 모실 예정입니다^^
아침부터 이런 글을 읽으니 괜히 마음이 숙연해지네요. 5060은 이제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깊이 내려가는 쪽이 더 멋있는 나이인가 봅니다. 오늘은 각자 자기 속도로 천천히 살아보는 걸로요.^^ 리더님, 아이들과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토토님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이 공감했습니다. 살다 보니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높이 올라갔느냐보다, 얼마나 깊은 곳까지 내려가 본 뒤에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예전에는 무언가를 더 채우고, 더 잘하려고 애썼던 것 같은데 이제는 조금 덜어내고 내 마음의 속도를 지키는 게 오히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서로의 고요함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의 거리감”이라는 말이 오래 남네요. 토토님이 말씀하시는 컬클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저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모였지만, 결국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공간이니까요.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더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내가 지나온 깊이를 받아들이는 일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바닥을 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고, 그곳까지 내려가 본 사람에게만 생기는 고요함도 있을 테니까요. 브람스와 그랑블루, 그리고 심연의 이미지까지 보고 나니 토토님이 말하는 ‘깊어진다’는 의미가 조금 더 와닿습니다. 결국 깊은 곳까지 가본 사람만이 얻게 되는 평화가 있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