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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권 클래식 ①] 칼 오르프(Carl Orff) 《카르미나 부라나》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제가 독일에서 지내던 시절, 현장에서 직접 들었던 몇 안 되는 클래식 중 하나인 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입니다. 문득 1990년 독일의 가을이 떠오릅니다. 트리어 대학교(Trier University) 학생 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던 그날의 공연은, 지금 돌아보면 완벽히 다듬어진 무대는 아니었습니다. 음정도 간혹 흔들렸고, 합창의 호흡도 조금씩 어긋나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의 음악은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젊은 학생들의 목소리에는 서툰 기술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터져 나올 듯한 열정과 패기였습니다. 특히 첫 곡인 '운명의여신이여(OFortuna)'가 폭발하듯 울려 퍼진 순간, 전율과 함께 그 거대한 합창의 울림 속에서 생각했습니다. ‘아, 내가 지금 진짜 독일에 와 있구나.’ 독일 뮌헨 출신의 작곡가 칼 오르프(Carl Orff)는 13세기 중세 수녀원에서 발견된 시집을 바탕으로 1930년대에 이 장엄한 현대 무대 악극을 탄생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곡을 클래식 공연장에서만 만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영화 《엑스칼리버》에서 「O Fortuna」가 흐르며 아서왕의 전설적 세계를 압도했고, 이후 수많은 TV 프로그램과 광고, 영상물의 단골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클래식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아주 익숙한 음악이 되었죠. https://youtu.be/0JNlOTccdck?si=VAEimCoobRL2zbV 13세기 중세의 라틴어 시가 20세기 독일 작곡가를 만나고, 다시 영화와 미디어를 거쳐 21세기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 셈입니다. 이 곡을 시작으로 〈독일어권 클래식〉이라는 작은 코너를 열어보려 합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거쳐 간 거장들—바흐부터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말러에 이르기까지. 제가 독일에서 숨 쉬며 쌓았던 기억의 조각들과 함께, ‘아, 이 음악!’ 하고 무릎을 칠 만한 명곡들을 하나씩 꺼내어 나누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 1990년 독일의 가을, 조금은 서툴렀지만 무엇보다 뜨거웠던 청춘들의 합창을 기억하며 《카르미나 부라나》를 듣습니다. https://youtu.be/EJC-_j3SnXk?si=mT_aDSWygb74DN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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